디지털화폐는 이제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도입을 서두르고 있는 차세대 금융 기술입니다. 특히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는 기존의 현금 시스템을 대체하거나 보완할 수 있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한국 또한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디지털 원화 개발을 추진 중입니다. 이 글에서는 한국의 디지털화폐가 글로벌 시장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기술력, 정책, 국제 협력 등을 중심으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디지털화폐 개발 현황
한국은행은 2020년대 초부터 디지털화폐에 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였고, 2021년에는 CBDC 모의실험을 진행하며 기술적 타당성을 점검했습니다. 모의실험은 크게 1단계(기본 기능 구현), 2단계(확장 기능 및 응용 기술 검토)로 나뉘어 진행되었으며,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거래 처리, 오프라인 결제 기능, 개인정보 보호 기술 등이 중점적으로 실험되었습니다. 현재 한국의 CBDC는 ‘신중하지만 전략적인’ 개발 방향을 택하고 있으며, 글로벌 속도전보다는 기술 안정성과 사회적 수용성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특히 개인정보 보호 및 금융안정성에 대한 고려가 다른 국가보다 우선시되고 있다는 점에서 특징적입니다. 기술적으로는 국내 주요 IT기업들과 협력해 블록체인 기반의 플랫폼을 시험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실시간 처리 속도, 대규모 거래 처리, 안정적인 보안 구조 등을 확보하기 위한 테스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은행은 분산원장기술(DLT)과 중앙형 시스템을 병행하여 실험하는 유연한 전략을 사용 중입니다. 이러한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정식 발행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며, 국제 표준에 부합하는 시스템 개발 또한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한국은 CBDC 개발에 있어 신속한 실행보다는 내실 있는 기술 확보와 정책 설계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세계 주요국과의 비교
세계적으로 CBDC 개발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를 실제 상용화 단계로 진입시키며 글로벌 화폐 패권 강화에 집중하고 있으며, 유럽중앙은행(ECB)도 디지털 유로화를 준비 중입니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는 다소 느리지만 조심스럽게 검토 중이고, 일본 역시 디지털 엔화를 실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글로벌 흐름 속에서 한국의 디지털화폐 개발은 상대적으로 중간 정도의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중국처럼 빠른 시범 운영 단계까지는 도달하지 않았지만, 기술력 측면에서는 유럽이나 일본 못지않은 안정성과 보안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특히 정책 설계 면에서 한국은 ‘균형 잡힌’ 전략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과도한 중앙 통제를 지양하고, 금융 소비자의 선택권과 민간 금융기관의 역할을 고려하는 구조로 설계되고 있으며, 이는 미국 및 유럽의 접근 방식과 유사합니다. 기술 인프라 측면에서는 고속 통신망과 높은 IT 활용률을 바탕으로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또한 국제적으로 ISO 표준 준수, BIS(국제결제은행)와의 협력 등을 통해 글로벌 기준에 맞춘 기술 개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은 아태지역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국가와의 기술 협력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디지털화폐 국제 네트워크에 활발히 진입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경쟁력과 향후 과제
한국의 디지털화폐는 기술력과 정책 설계 면에서 충분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아직 갈 길도 많습니다. 우선, 디지털 원화의 실제 발행 여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또한 민간 결제 수단과의 경쟁 구도, 금융기관과의 역할 조정,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한 법적 기반 마련 등 다양한 요소를 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오프라인 결제, 다자간 거래, 국제 송금 등 다양한 응용 분야에서의 안정성과 실용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특히 글로벌 결제 시스템과의 연계성, 국제 간 상호운용성 확보는 향후 한국 디지털화폐의 국제적 활용도에 결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한국은 이미 국제 결제 네트워크에서 높은 신뢰를 받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CBDC를 국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 중입니다. 예를 들어, 해외 송금 속도 개선, 수수료 절감, 외환 거래 자동화 등의 분야에서 디지털 원화의 효용성이 부각될 수 있습니다. 향후 과제는 단순한 기술적 완성도를 넘어서, 국민의 신뢰를 얻는 정책적 설계와 글로벌 연계성 강화입니다. 디지털화폐는 단순한 결제 수단을 넘어서 경제 시스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기 때문에, 정치·경제·사회 전반의 통합적인 전략이 필요합니다. 한국은 이 점에서 경쟁국들과 차별화된 균형 전략을 구축하고 있으며, 향후 세계 속 디지털화폐 질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의 디지털화폐는 현재 기술력과 정책 균형 측면에서 글로벌 중상위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앞으로의 발전 여지가 매우 큽니다. 중국, 유럽, 미국 등과는 각기 다른 전략을 취하고 있지만,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안정적인 시스템과 신뢰 기반의 정책 추진이 강점입니다. 디지털 금융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지금, 한국의 전략적 행보를 주목해야 할 때입니다. 디지털 원화의 도입과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국민적 관심과 논의가 더욱 활성화되길 기대합니다.